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또다시 역사인식에 의문을 던지는 발언을 했다. 그는 그제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비에 쓰여 있는 ‘일본군 성적 노예’라는 표현과 관련해 “정확하게 기술된 것이냐 하면 크게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성적 노예’로 보는 보편적 시각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유감스럽고 어이없다. 일본군 위안부를 성적 노예로 표현하는 것은 1996년 유엔 인권위의 쿠마라스와미 보고서 이래,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보편화되었다. 일본 정부가 총력으로 막으려고 했던 미국 하원의 2008년 ‘위안부 결의안’에도 두 차례나 명확하게 ‘성의 노예’라는 용어가 쓰여 있다.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그만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노다 총리의 발언은 이런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부정하는 망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결 노력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리자 같은 해 9월15일 일본 정부에 한일협정 제3조(분쟁해결 절차)에 따른 협의를 개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법적인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끝났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협의 개시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이견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2월 교토 정상회담이 냉랭하게 끝났다. 이후도 양국관계가 풀릴 기미가 없다. 이런 탓에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노다 총리는 북의 로켓 발사 조짐 등 긴박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양자회담조차 하지 못했다.
이 모든 책임은 ‘인도적 차원의 지혜’를 짜보겠다며 성의없는 자세로 나오는 일본 쪽에 있다. 더욱이 노다 총리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간을 기다린다고 해서 만족할 만한 지혜를 기대할 수도 없다.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는 61명, 평균 나이 87살이다. 지난해 15명, 올해 2명이 숨졌다.
정부는 더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일본이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만큼 즉각 다음 절차인 중재위원회 구성 제안에 착수하기 바란다. 일본이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헌재의 결정뿐 아니라 일본의 법적 사죄를 바라는 할머니들의 염원에 따르는 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일본의 비도덕적 행위와 부끄러움을 모르는 역사인식을 전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비의 ‘성노예’란 표현에 대해 ‘사실과 큰 괴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일본이 동원한 위안부의 수를 20만명이라고 쓴 미국 팰리세이즈파크시의 추모비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피해자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27일 <산케이신문> 보도를 보면, 노다 총리는 전날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마타니 에리코 의원(자민당)이 평화비(위안부 소녀상)에 쓰인 ‘일본군 성적 노예 문제’라는 표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확하게 기술돼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평화비의 조기 철거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야마타니 의원은 이날 미국 뉴저지주의 한인 밀집 지역인 팰리세이즈파크시의 위안부 추모비와 관련해서도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 일본 제국 정부의 군대에 의해 납치된 20여만명의 여성과 소녀”라는 내용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다 총리는 “(추모비에 기술된) 수치와 경위가 근거가 없지 않으냐”고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은 “팰리세이즈파크 주민의 3분의 1이 한국계로, 미국에서 가장 많다”며 “계속 주시하면서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노다 총리를 거들었다. 그러나 겐바 외무상은 “위안부 모집에 일본의 정부 관리가 관여했다고 하여 ‘강제연행’을 인정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담화를 계승한다”며, 강제연행과 관련해서는 “증거는 나와 있지 않지만, 부정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다 총리의 이런 발언에 대해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일본군 위안부가 20만명이라는 것은 연구자들이 당시 일본군 규모와 공개된 문서, 관련자들의 증언들을 토대로 한 추정치이지만 이처럼 추정치만 있는 것은 일본이 관련 문서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이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의 책임은 망각한 채 그 규모가 정확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군이 위안부를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동원했다는 증거들이 이미 다 나왔는데 강제동원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며 “노다 총리는 아시아의 미래 관계를 운운할 자격은 물론 총리 자격도 없다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한 바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5) 할머니는 “내가 15살이던 어느 날 밤 일본군에게 대만으로 끌려갔던 증인이다”라며 “일본이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계속 거짓말과 망언을 일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